가스불 아래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독성 물질
가스레인지의 불꽃은 액화석유가스(LPG)나 도시가스(LNG)를 태워 열을 만든다.
하지만 이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질소(NO₂), 일산화탄소(CO),
그리고 초미세먼지(PM2.5) 같은 유해물질이 함께 발생한다.
특히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주로 배출되는 대표적인 오염물질로,
호흡기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상명대학교 강상욱 교수는 “가스레인지를 켜는 것만으로도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가 발생한다”며
“미국 화학협회조차 가정용 가스레인지 사용을 줄이고
전기레인지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가스레인지로 조리를 자주 하는
가정의 주방 공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는 실외보다 2~3배 높게 측정되기도 했다.
▶ 폐 건강에 직접적인 타격… 급식 종사자 30% 이상 ‘이상 소견’
특히 장시간 주방에서 일하는 급식 종사자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하루 8시간 가까이 가스레인지 앞에서 조리하는
급식소 근무자 중 30%가 폐 이상 소견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놀라운 점은 나이가 많은 근로자뿐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폐 기능 저하가 관찰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환기를 안 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연소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와 유해가스가 폐포 깊숙이 침투해
염증과 섬유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매일 조금씩 노출되면 만성 기관지염, 천식, 폐기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 주방 공기, 얼마나 위험할까?
우리가 요리할 때 후드를 켜지 않거나 창문을 닫은 채로 조리하면,
불과 몇 분 만에 주방의 공기 질이 대도시의 도로변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
미국 환경청(EPA)은 “가스레인지 사용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어린이의 폐 발달을 저해하고,
천식 발작 위험을 40% 이상 높인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추위를 이유로 창문을 닫은 채
조리하는 경우가 많아, 유해가스가 실내에 더 오래 머물며 축적된다.
냄새가 없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질소는 무색무취지만,
인체에 침투해 폐 세포를 손상시키는 ‘조용한 살인자’ 와 같다.
▶ 안전하게 요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스레인지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조리 전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기하기
→ 가스레인지를 켜기 전,
미리 창문을 열어 외부 공기가 순환되도록 한다.
후드(환기팬)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하기
→ 음식 냄새뿐 아니라 유해가스를 신속히 배출할 수 있다.
요리 후에도 최소 10분 이상 환기 유지
→ 조리가 끝난 뒤에도 오염물질은 공기 중에
남아있기 때문에 후드를 꺼서는 안 된다.
가스레인지 주변을 정기적으로 청소
→ 연소 효율이 떨어지면 유해가스 발생량이 급증하므로
버너와 주변부를 청결하게 유지한다.
▶ 전기레인지, 인덕션으로의 전환도 대안
최근 들어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 전기레인지가
건강과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전기레인지는 연소 과정이 없어 일산화탄소나
이산화질소가 발생하지 않으며,
실내 공기 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력 사용량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효율적 조리와 청결, 안전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투자라 할 수 있다.
특히 폐 질환이 있거나 아이, 노인이 있는 가정이라면
전기레인지로의 전환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 주방의 공기를 지키는 것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
매일 밥을 짓고 요리하는 주방은 가족의 사랑이 깃든 공간이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루 이틀 사용한다고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몸이 기억한다.”
이 경고를 가볍게 넘기지 말자.
지금 이 순간, 가스불을 켜기 전 창문을 열고 후드를
작동시키는 작은 습관이 당신의 폐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주방의 공기부터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