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시골은 벌써 농사철로 분주해졌습니다.
겨울 내내 잠잠했던 밭과 논이 다시 깨어나는 계절, 마을 곳곳에서는 경운기 소리와 함께 바쁜 손놀림이 이어집니다.
도시에서는 미세먼지와 출근길로 봄을 체감하지만, 시골의 봄은 흙냄새와 기계 소리, 바람에 실려오는 풀 내음으로 시작됩니다.
어릴 적 봄이 되면 저는 항상 아버지의 자가용이자 농기계였던 ‘경운기’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타는 전기차나 자전거가 부러워 보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 경운기의 앞자리가 가장 편하고 설레는 자리였습니다.
아버지는 늘 앞에서 경운기를 운전하셨고, 어머니는 뒤쪽에 타서 마치 ‘가족의 봄 출근길’을 함께 하셨죠.
무뚝뚝한 아버지였지만 운전대 잡은 손끝에서는 가족을 위한 책임감이 느껴졌고,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묵묵한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경운기 타고 논두렁 옆을 지날 때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풀잎이 손끝에 닿으며 봄이 성큼 와 있다는 걸 실감하곤 했습니다.
바퀴는 울퉁불퉁한 흙길을 지나며 덜컹였지만, 그 진동조차도 저에게는 시골의 리듬이자 가족의 일상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농사'라는 단어에 깊은 의미를 담지 못했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부모님의 땀이 묻어 있던 그 풍경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 알게 됩니다.
봄날의 햇살은 여전히 논과 밭을 비추고, 또 다른 세대의 아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계절을 맞이하겠지만, 저에게 봄은 언제나 경운기와 함께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하셨던 그 덜컹거림, 흙먼지 속 따뜻했던 풍경, 그리고 바쁜 하루의 시작을 알리던 경운기 소리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골 어딘가에서는 그런 봄날이 흘러가고 있을 겁니다.
경운기 소리에 다시 마음이 움직이는 오늘,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의 봄을 다시 그려봅니다.
과거의 추억은 지금도 나의 계절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봄바람이 되어 불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