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에서 집은 자산일까, 부채일까?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익숙해진 요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은퇴 이후 안정적인 수입이 줄어드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60대 이상 고령층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현상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60대 이상 주담대, 5년 사이 27.4% 급증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계대출 규모는 2020년 1분기 311조7000억 원에서 2025년 1분기 375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불과 5년 사이에 63조6000억 원이나 늘어난 셈입니다.
특히 주담대는 같은 기간 139조2000억 원에서 177조4000억 원으로 27.4%나 급증했습니다.
이는 30대 이하의 33.6% 증가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단순히 대출이 늘었다는 것을 넘어, 고령층의 부동산 의존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고정적인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에 이렇게 대출을 늘린다는 건 어찌 보면 이례적이며, 그 이면에는 복잡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서울 주택 계약자 7명 중 1명은 60대 이상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5월 사이 서울에서 주택을 매매한 계약자 중 약 14%가 60대 이상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집 한 채 마련'의 개념을 넘어, 노후 대비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택한 고령층이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사실상 연금이나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 자산에 의지해 노후를 설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반영합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집값 상승 기대심리와 맞물려, 고령층의 '마지막 투자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고령층 주담대 증가, 무엇이 문제인가?
고령층의 주담대 증가는 여러 면에서 경제적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상환 능력 저하: 은퇴 후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이 부담이 더 커집니다.
자산의 유동성 부족: 집 한 채에 대부분의 자산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의료비나 생활비가 갑작스럽게 필요할 경우 이를 즉시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 현재는 부동산 가치가 유지되거나 상승할 수 있겠지만, 만약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왜 고령층은 집에 집중할까?
이처럼 위험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이 주택에 집중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 노후의 불안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 오랜 시간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는 경험을 해온 세대에게 부동산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부족한 노후소득: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이, 임대수익 등을 통해 추가 수입을 얻고자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정책적 대안이 필요할 때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만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고령층의 주담대 증가 현상은 우리 사회의 복지 체계와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를 반영합니다.
고령층의 경제적 불안을 줄이고, 과도한 부채 의존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거복지 확대: 공공임대주택이나 실버주택 같은 고령층 맞춤형 주거지원 확대.
역모기지 제도 활성화: 집을 담보로 일정 금액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개선.
금융교육 강화: 은퇴 전후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안전한 재무관리 능력 확보.
‘집 한 채’가 전부인 노년, 위험을 줄일 방법은?
‘내 집 마련’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꿈입니다.
그러나 노후의 안전망으로서 집 한 채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현실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고령층의 주담대 증가가 단순한 부동산 투자 확대가 아니라, 노후 불안의 반영이라는 점을 깊이 있게 바라봐야 할 시점입니다.
앞으로는 ‘집’이라는 자산이 든든한 울타리로 남기 위해선 적절한 대출 관리와 더불어, 다양한 소득원 확보와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노후의 삶이 집에 갇히지 않고, 집과 함께 평안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